나는 노무현의 지지자가 아니다, 아니 아니었다.
나는 그가 열광적인 지지를 얻으며 당선될 때에도 그와 다른 노선에 있었으며
그가 "진보"의 기치 아래 우파적 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비판하였다.
(선거철이 아니니 밝혀도 될 것 같아 덧붙이자면 난 PD계열 지지자다.)
그러나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완벽히 합치되는 것이 아니라 하여도
그가 자신의 이상을 좇는데 멈춤이 없음에는 감사하였다.
적어도 이전의 나라보다는 좋은 곳으로,
이 나라가 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은 틀림없다고 믿었다.
사실 한국이라는 나라는 정치사로 볼 때 참으로 흥미로운 나라다.
독립을 쟁취하였으나 이념으로 분열되고
다시 독재와 혁명을 반복해온 나라다.
그리고 피를 통해 얻어낸 참정권을 다시 "그들"의 손에 쥐어준 나라이기도 하다.
단정해서 말하건대, 나는
이 나라의 정치의식이라는 것에 한없는 비웃음을 던졌다.
적어도, 노무현, 그가 있기 전까지는.
그러나 그의 죽음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차 안에서 울음을 삼켜야 했다.
나는 노사모도 아니고, 유명인의 죽음에 일일이 눈물 흘릴만큼 마음 약한 이도 아니다.
하지만 그의 죽음은 나를 울게 했다.
사람의 모든 공과가 죽음으로써 미화되는 것은 아니겠으나
적어도 그가 가지고 나아가던 이상이,
내 나라가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게 하던 확신이
내 안에서 꺾여 없어지는 것만 같았다.
이제껏 갖은 일들에도 불구하고 단 한가지 흔들리지 않던
'옳은 방향으로의 진전'에 대한 확신이 이제 내게는 없다.
우리는 진전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구나.
처음부터, 그 방향부터 다시 손끝으로 더듬어 찾아야 하는구나.
슬프다.
사람의 죽음이, 신념의 꺾임이
참으로 슬프다.
TAG 09-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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