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열해본 적이 있습니까?
사람들 앞에서든, 혹은 누구에게 보이지 않고서라도..
살아오면서, 뭐.. 울었던 일이야 많이 있었다고 생각되지만
기억의 범위 안에서 오열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단 두 번 있었다.
사람들 앞에서 크게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고,
-특히 그것이 슬픔이라면- 더욱 억제해두는 편이 낫지 않은가라고 생각하지만
어떻든간에 억제되지 않는 경우는 있는 법이다.
첫번째 기억은 고교 시절.
이미 기억이 흐려져버린 탓에 언제쯤인지는 정확히 기억하고 있지 않지만
친구가 자살한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에 갔다가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가장 친한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상대는 아니었지만
그녀가 죽었다는 사실은 상당한 충격이었다.
장례식장은 의외로 담담했다.
물론 자식을 잃은 가족들의 망연자실함은 한눈으로 봐도 알 수 있는 것이었지만,
적어도 나는 그 순간까지는 퍽이나 담담하게, 꽃을 놓고, 향을 피웠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의 버스 안에서, 태어나서 처음이라고 해도 될 만큼
남의 눈조차 의식하지 않고(의식할 겨를도 없었을 것이다) 오열했다.
결국 옆에 앉았던 사람들이 티슈를 건네주었었던 기억이 난다.
그 후의 기억은 공백. 아마도 별 동요 없이 덤덤하게 현실로 돌아오지 않았었을까.
중학 시절 가장 친했던 친구 역시 상습적으로 자살을 시도했었었다.
그때 그 친구를 붙잡아주지 못했던 것을 지금도 굉장히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고교 시절의 그녀도 내가 붙잡아주었어야 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죄책감이 더해져서
결국 울음을 참을 수 없게 만들었던 것이다.
두번째 기억은 대학 시절.
부모님이나 다름없이 키워주셨던 할머니가 병으로 쓰러진지 9년.
일주일여간 생사를 다툰 끝에 돌아가셨던 날.
주위의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 수도 없을 정도로 울음을 참을 수 없었던 기억이 난다.
아마 사전적 의미의 '오열'과 가장 근접한 울음이 아니었을까.
(애초에 저런 정의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사흘 동안 잠조차 자지 않고 울다가 결국은 앓아누웠다.
병구완에는 이미 어느 정도 진저리가 난 상황이었고,
긴 병구완 끝에 나마저 병을 얻은 상황이었지만 그때는 그런 사실들은 아무래도 좋았다.
고백하자면, 두 번째의 기억 이후로는 사람 앞에서 울어본 기억이 없다.
아마도, 앞으로도, 혹 다시 가족을 잃는다 해도 그렇게 오열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모든 감정을 그때 부어버린 것 처럼. 울음을 나오게 하는 일종의 '핵'이 그 기능을 다했거나.
혹은 방전되어버려서 몇십년에 걸쳐 다시 충전이 필요한 것일지도.
첫 번째의 오열은 의외로 얼른 가라앉았지만
두 번째의 기억에서 빠져나오는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다 털어내지는 못했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끔 튀어나오는 그 기억은 꽤나 나를 괴롭혔다.
자막을 만드느라 본 영화에서 우연히 본 오열 장면에 잊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우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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